■이영하의 詩心 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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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8.0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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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하늘 시인 이영하
 
강은 오늘도 아무 말 없이 흘러간다.
누구에게도 길을 묻지 않고,
누구도 뒤돌아보게 하지 않는다.
 
백두의 눈 녹은 물 한 방울이
산맥을 돌아 북한강이 되고, 남한강의 품으로 스며들어
마침내 한강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살아간다.
 
사람은 선을 그었지만,
강은 끝내 이름을 나누지 않았다.
철책은 산등성이를 가를 수는 있어도
물길의 심장을 끊어 놓지는 못하였다.
 
오늘도 한강은 서울의 불빛을 품고
서해의 저녁노을을 향해 조용히 흘러간다.
그 물결마다 돌아오지 못한 이름들이 잠들어 있고,
헤어진 가족들의 눈물이
아직도 투명한 물살이 되어 흐른다.
 
그러나 강은 슬픔만 실어 나르지 않는다.
봄마다 새싹을 데려오고, 철새를 데려오며,
새로운 계절을 우리보다 먼저 믿는다.
 
강은 안다.
언젠가는 북쪽의 별빛과
남쪽의 달빛도 같은 물결 위에서
하나의 밤을 이루게 되리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흐르는 것은
강물이 아니라 한 민족의 기다림이며,
멈추지 않는 희망의 시간이다.
 
나는 한강의 물가에 서서 두 손을 모은다.
우리의 내일도 이 강처럼
끝내 바다를 포기하지 않기를.
그리고 분단보다 오래 살아남을 이름은
결국 대한민국이 아니라
한민족이라는 더 큰 이름이기를.
 
 
 
〈시작 노트〉
「한강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분단의 현실을 넘어, 하나의 물길이 결국 하나의 바다를 향해 나아가듯 민족의 역사 또한 끝내 화해와 공존을 향해 흐른다는 믿음을 노래한 작품이다.
 
백두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북한강과 남한강이라는 서로 다른 이름을 얻지만, 결국 한강이 되어 같은 바다를 향한다. 이는 자연이 이미 오래전부터 보여 주고 있는 통합의 질서이며,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경계보다 훨씬 오래되고 깊은 생명의 원리이다.
 
이 시는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기억하면서도, 슬픔에 머물지 않는다. 강은 해마다 새싹과 철새를 먼저 데려오듯, 희망 또한 언제나 인간보다 먼저 미래를 준비하고 있음을 말한다. 마지막 연의 "한민족이라는 더 큰 이름"은 국가와 이념을 넘어, 함께 살아온 역사와 문화, 그리고 미래를 향한 공동의 염원을 상징한다.
 
한강은 오늘도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 시는 그 흐름 속에서 우리 또한 희망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용하지만 깊은 약속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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