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수 文學 散策■ 「제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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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7.28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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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하루해가 저물어가더니 이 집 대문에서 저 집 쪽문에서
쓰레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옆집 젊은 아줌마가 암으로 죽었다
때 묻은 살림살이와 살아생전에 입던 옷들을
배 터져라 먹어댄 비닐봉지가
분리수거대 옆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한 사람이 죽고 나니
비라도 내릴 것 같은 검은 하늘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전봇대 아래서는 연탄재가 허물어지고
떠날 사람 떠나고 남을 사람 남은 골목에는
가로등 불빛 가득하다
쓰레기 분리수거대가 손가락을 목구멍 깊숙이 밀어 넣고
오바이트를 하고 있다
 
 
서서학동 골목 : 전주시 완산구에 위치
 
 
□ 정성수의 한 문장 □
 
골목은 어떤 술꾼이 담장에 엉터리 난을 쳐도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다. 전봇대에 붙은 전단지가 깃발처럼 바람에 펄럭이고, 60쪽 알전구가 밤을 지키는 골목은 눈부시지 않아서 좋다. 구멍가게에 주인 할아버지가 초저녁잠을 이기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아도 가게가 가게를 지켜준다.
 
골목 저 안쪽에 허름한 맛집 하나 은밀하게 숨겨두고, 오가는 사람들의 발자국소리에 가슴 두근거리는 웅숭깊은 골목은 자주 부끄럼을 탄다. 낮에는 구멍 난 팬티와 빛바랜 수건과 일곱 빛깔 양말짝들이 담장 너머에서 공중그네를 타고, 밤에는 무수한 별들이 안마당에 내려와 소곤거리다가 별사탕을 하나를 놓고 빠져나가면 응달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남루한 삶터가 부끄러워 제 꼬리를 감춘다.
 
골목이 없었다면 늦은 밤 사랑하는 사람을 바래다주던 젊은이가 느닷없이 입술을 훔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고, 코밑수염이 구둣솔 같은 고 2짜리가 손톱이 노랗게 물들 때 까지 담배를 물고 허공에 도넛츠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음습한 골목에는 공․맹자가 없다.
 
여기서는 누구 한사람 도덕책을 펼쳐놓고 윤리를 따지지 않는다. 바람도 골목에서는 속도를 늦추고, 쌓인 눈마저도 급할 것 없다는 듯 천천히 녹는다. 골목은 또 다른 내일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어둠을 끌어 당겨 이마를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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